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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국 - 런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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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보로마켓에서 빠져나와 잘 알지 못하는 런던의 길거리를 걷기로 했다. 내가 의지하는 것이라곤 시티맵퍼라는 어플뿐이었다. 그래도 나와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길을 잃으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시티맵퍼를 들여다보며 걸었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고층 건물들이 보였고, 그리고는 온통 고층건물에 사로잡혀 바로 앞에 건물을 올려다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그저 지금 이 기분을 최대한 느끼기로 했다. 템즈강을 건너 레스터 광장을 찾아가려다가 우연히 코벤트 가든을 만났다. 코벤트 가든은 유동인구가 많고, 길거리 공연도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런던에 도착하면 빅벤과 런던아이 다음으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코벤트 가든 주위로 런던에 유명 극장가들이 모여있고, 런던의 명물들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우연히 지나치면서라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페라 유령을 예매해둔 터라 지금 당장 코벤트 가든은 뒤로하고 레스터 광장을 찾아 더 걸어 올라갔다. 영국의 뮤지컬, 연극이나 오페라 등도 언제, 어떻게 예매를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저렴하게는 £25로 좋은 자리를 얻을 수도 있으며, 비싸게는 £112인 자리도 있다. 런던의 영화표는 한국보다 비싼데, £9.95로 한국 영화표에 거의 두배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 유령 극장가의 위치를 익혀두고 나는 다시 피카딜리 서커스를 지나 옥스퍼드 서커스로 향했다. 디즈니 상점가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확인을 하고자 옥스퍼드 서커스 끝에 본드 스트리트 방향으로 걸었다. 구글 지도로도 족히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구경하며 걷느라 2시간은 넘게 걸린 듯 했다. 누가 하자고 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걷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라는 말이 더 정확했다.

들어서자마자 한국에서 250만원 정도하는 사람만한 아이언맨 모형이 보였다. 한쪽에는 마블을 비롯해 어벤져스들이 보였고, 그 반대쪽으로는 스타워즈가 있었다. 지하 1층과 1층으로 총 두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디즈니 상점가는 사람들로 붐벼있었다. 지하 1층에는 아이들의 옷을 판매하는데 주로 공주풍의 옷들이 많이있었다. 이곳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에게 장난감 두 개중 하나를 골라야한다고 했다. "하나만 살 수 있는데, 어떤 걸 사고 싶니?" 이것저것을 신어보고 입어보고 즐거웠던 여자아이의 표정이 난감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지못해 결국 하나를 선택했지만, 아빠의 손에 의해 버려지는 다른 장난감을 뭇내 아쉬워하는 눈치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아빠는 다시 물었다. "이걸로 결정한거지? 확실한거니?" 아이는 다시 한 번 뭇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즈니 상점가에는 초등학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혹은, 초등학교는 들어갔지만 한국으로 말하자면 저학년인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았다. 거기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는데, 한국나이로 4-5살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아빠는 공주옷을 입혀주고싶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아빠가 있는 곳을 피해 요리조리 잘도 도망다닌다. 아빠는 혹시나 자신이 들고 있는 공주옷이 마음에 들지 않은가 싶어서 다른 공주옷을 골라 다시 입혀보려고 아이를 달랬지만, 아이는 아빠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고 다른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아까 아빠와는 다르게 여기서는 아빠가 오히려 더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계산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아이들은 여러가지 장난감을 만져보고, 옷을 입어보고, 구두를 신어보고,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부모님을 찾아가 조르기까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한눈이 팔려서 엄마가 부르는 것도 듣지 못하고, 한 번 쳐다보고 휙 다시 고개를 화면으로 돌리는 아이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사람들의 행동들이 나를 다시 이곳으로 오게끔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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