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8. 12. ~ 2017. 08. 13 경주로 1박 2일
출발하기 전 금요일 저녁까지도 아무 계획 없이 경주로 떠났다. 오전 10시차를 타고 친구와 4시간이 넘는 장시간 버스를 타고 1-2시간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빠졌다. 휴게소도 자느라 그냥 지나쳐 순식간에 경주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어렸을 때보다 훨씬 작아진 경주였다. 수학여행 이후 처음으로 온 경주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다. 자전거로 시내를 다 돌 수 있을정도로 작았다. 경주 시내에 가게 문은 오전 늦은 11시에 열어 저녁 이른 8시에 대부분 마감을 한다. 경주버스터미널에서 벗어나 우리는 우선 걷기로 했다. 그날따라 바람도 선선하고 구름이 태양을 가려 산책하기 알맞은 날씨였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좋은 날씨였다. 하늘은 비가 올 것처럼 어두웠지만 우리는 그것까지 좋았다. 모든게 다 설레고 즐거웠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나와 대릉원부터 우리는 또 다시 걷기로 했다. 대릉원-첨성대-경주 동궁과 월지(구,안압지)-경주박물관 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오늘 일정이 다하지 못하면 내일 다시 가보기로 하고 무작정 좋은 날씨를 핑계 삼아 걷기로 했다. 대릉원과 안압지만 입장료 2,000원씩을 받았고 나머지는 무료였다. 생각보다 저렴한 입장료라고 생각했다. 대릉원 후문으로 들어가 한 바퀴를 돌았다. 천마총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해매면서도 잘못든 길을 벗삼아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다. 하늘과 잔디가 오늘따라 더 이뻐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짜놓은 코스는 한 길로 쭉 이어져있었다. 대릉원 후문에서부터 시작해 대릉원 정문을 나오면 바로 첨성대로 가는 방향이 나왔다. 수학여행을 왔을 때도 대릉원 정문에 주차장이 이렇게나 작았나 싶었다. 그때는 길을 잃어버릴까봐 선생님 얼굴만 쳐다봤던 기억만 났다. 신호등을 건너 첨성대로 향했다. 경주에는 너른 들판이 많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들도 다 조막만했다. 대릉원의 왕릉도 작은 산처럼 보였고, 저 멀리 보이는 경주의 산들도 작은 산처럼 보였다. 언덕보다는 크고 산보다는 작은. 첨성대로 가는 안내표지판을 따라 걸었다. 바람도 선선히 불고 태양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는 날씨가 한 몫했다. 너른 들판을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서 막대기처럼 솟아오른 첨성대가 보인다. 첨성대가 이렇게 작았던가. 경주에 와서 이런 생각만 들었다. 왜 모든게 작아보일까. 예전에는 다 크게만 느껴졌었는데. 오랜만에 본 첨성대는 키가 줄어있었다. 살도 좀 빠진 것 같았다. 내가 온 몸으로 부딪히면 곧 쓰러질 것처럼 연약해보였다. 첨성대 옆에는 다양한 꽃밭이 모여살았다. 넓은 운동장에 옹기종기 잘도 모여있었다. 색색깔을 한 꽃밭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나를 담기도 하고 꽃만 담기도 했다. 꽃밭을 지나 개울가를 지나 큰 나무에 달린 CCTV에도 인사를 하고 안압지로 향했다.
저녁 야경이 볼만한다는 안압지의 입장료를 미리 끊고 경주박물관을 들렸다가 가기로 했다. 첨성대의 길 끝가에서 신호등을 건너면 바로 안압지다. 안압지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경주박물관이 나온다. 평일에는 6시까지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만 7시까지 하는 경주박물관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경주박물관에는 신라의 역사가 있었다. 부족으로 시작해서 통일신라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동안 출토되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있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무렵에 맞춰 안압지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주에서 야경을 보려면 안압지 밖에 없다기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줄이 길지않아 오래 걸리지 않아 안압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은은함이 있었다. 완전히 어두운 다저녁 밤에 보는 것보다 노을이 질 때 가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어도 안압지를 한 바퀴 돌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경주 시내로 나가 음식점을 찾았지만 문 연 곳이 없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지만 대부분 상점들이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스타를 먹기 위해 1시간을 돌아다니다가 포기하고 숙소근처 김밥집으로 갔다. 숙소 주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경주는 먹을 곳이 없어 추천해준 음식점이 중국집이었다. 하지만 거기도 저녁 9시면 문을 닫아 갈 수 없었다. 김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문이 열린 맥주집도 찾지 못한 우리는 편의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경주의 하루를 끝마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숙소 조식을 먹고 어젯밤 맥주를 마시면서 하자고 했던 일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웠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비도 조금 올 거라는 일기예보도 봤다. 그래도 우리는 터미널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기로 했다. 2시간에 5000원이고 하루종일은 7000원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이었고 주춤하는 사이에 사장님은 3시간에 5000원으로 자전거를 내주셨다. 황리단길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오며가며 보았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가기로 했다. 대릉원 옆에 자리한 작은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구경했다. 사람도 없었고 차도 없었다. 이른 시각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거닐다보니 하나둘씩 가게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더웠던 기분이 자전거에 모두 날아가버렸다.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쉬다가 터미널 근처에 김유신장군 묘를 찾아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뭐 하나라도 더 밟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 컸다. 강을 건너 김유신장군 묘를 찾아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했다. 자전거로 달리기에도 좋았다. 사람도 없고 그늘이 져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또 다시 사진을 찍었다. 수도 없이 셔터를 눌렀다. 마지막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1박 2일 동안 충분히 경주를 느끼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