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헬싱키
여행의 시작
연착되는 바람에 비행시간이 총 10시간이 되었다. 최종목적지가 런던이었고 짐은 중간에라도 찾을 수 있을줄 알았지만 그러질 못했다. 가방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노트북과 돈이 전부였다. 생필품이나 가볍게 가지고 온 목욕용품이나 옷가지들도 모두 수화물에 부쳤기 때문이다. 붙인 수화물은 경유를 했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목적지까지 도착할 때까지 내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핀에어 비행기는 장시간의 비행이어서 그런지 타자마자 쿠션, 담요, 이어폰 등 여러가지가 놓여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한 줄에 10명이 넘게 줄을지어 탄 것으로 기억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는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열 몇시간을 꼼짝없이 갇혀서 가야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좌석을 미리 골라 탄다는 것도 알았다.
타고 난 후 1-2시간이 지나자 바로 기내식이 나왔다. 중간에 음료를 들고 비행기의 복도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시는 승무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식사는 물론 간식까지 틈틈이 나와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사육 당하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비행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공항 안에 마련된 호텔을 골랐다. 창문 넘어 보이는 호텔을 출국 도장을 찍고 나올 때는 돌고 돌아 표지판을 찾아가면서까지 해매였다. 호텔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환전한 돈을 한국에 두고온 나는 호텔을 찾기 전에 ATM기를 먼저 찾아야했다. ATM기를 찾는 것마저 모험이었다.
헬싱키 공항 안에 P4, P5를 따라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여러번을 하고 나서야 나는 환전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첫 유럽여행에 첫 숙박은 공항 안에 마련된 호텔답게 쾌적하다 못해 훌륭했다. 1박에 10만원이나 주고 예약을 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해야할런지도 몰랐다. 여행자에게 하루 10만원은 꽤나 큰 돈이었기 때문에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장 싼 물을 고르기 위해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병으로 골랐던게 화근이었다. 탄산수를 골라 코를 막고 마셨다. 그래도 목넘김을 없앨 수는 없었다.
핀란드 헬싱키의 교통편은 나쁘지 않았다. 한 정류장이 목적지마다 다른 것만 빼면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핀란드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카드를 찍고 올라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기사님에게 돈을 주고 영수증을 받으면 됐다. 헬싱키에서의 일박을 공항 호텔에서만 보낼 수 없어서 나는 호텔을 나와 21번 정류장을 찾아서 615번의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갔다. 공항이 첫번째 정류장이었고 중앙역이 종점이어서 핀란드어를 몰라도 눈치껏 사람들을 따라 내리면 됐다. 한 번 해봤으니 돌아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내린 곳에서 다시 타고왔던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공항으로 돌아가면 됐다. http://aikataulut.reittiopas.fi/linjat/en/s615.html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어떤 버스가 어디에서 어디로, 몇시에 출발해서 몇시에 도착하는지 알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생각했던만큼 핀란드의 헬싱키는 화려하지 않았다. 공사중인 곳도 많았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밖을 걸어다니기에는 최악 날씨였다. 먼지바람이 얼굴을 수 십 번 강타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축축한 날씨가 인상적이었다면, 헬싱키는 먼지바람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헬싱키에 도착했다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 가구들과 전등 등을 보기 바란다. 한국에서 보지못했고 인터넷으로도 찾아보지 않았던 신기하고 재미난 가구들이 넘쳐날 것이다. 헬싱키는 날씨로는 다시 가보고 싶지 않는 곳일지는 모르나, 가구들을 구경하러 다시 한 번 들리고싶은 곳이기도 하다. 여행은 두가지 면이 함께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