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방 구하기
너무 아침 일찍 나온게 화근이었다. 출근 지옥철을 경험해야했고 가게 문은 열린 곳이 하나도 없었다. 런던 대중교통은 피크타임이라고 해서 출퇴근시간에 할증이 붙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침부터 나와 교통비는 더 들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옥스포드 거리는 황량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카메라 하나 들고 돌아다니는 기분은 외딴섬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숙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런던에서 사용할 유심도 사지 못하고 아직 문이 열려지 않은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어디 갈 곳을 찾아야했다. 결국 옥스포트 거리를 지나 리젠트 공원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하자 하나둘씩 가게문이 열렸다.
시내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공원에는 이 시간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오는 런던을 만끽하기 위해 나는 하루종일 런던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유심을 사기 위해 리젠트 공원에서 다시 옥스퍼드 거리로 갔다가 돌고 돌아 리젠트 공원으로 또 돌아왔다.
입구만 돌다 나온다고 무작정 안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다. 너무 넓어서 빠져나오는 데에도 한참이나 걸렸다.
유럽여행을 준비할 때 런던에서 지낼 것을 가장 염두해두었다. 한 달내내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혼자 묵을 방이 필요했다. 아무와도 코드를 나눠쓰지 않고 잘 때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나만이 쓰는 내 공간이 필요했다. 여러번 발품을 팔고 돌아다녔다. 여러군데 전화를 해보고 방을 보러다녔다. 한국에서부터 방을 구할 때 주의할 점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보면서 내가 신경써야 할 부분들을 따로 체크해뒀다.
한 집을 여러명이 나눠쓰는 구조였다. 각자 방은 있지만 부엌과 욕실을 함께 사용했다. 일주일에 £135로 비쌌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여행자가 아닌 유학생활을 하는 것처럼 런던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핸드폰 유심을 사서 어플을 이용해 길을 찾았다. 런던에 있으면서 가까운 곳은 걸어다녔다. 모르는 곳이어도 어플을 이용해 찾을 수 있으니 겁나지는 않았다. 길을 잃으면 다시 돌아나와 다른 길로 걸었고, 우연히 좋았던 길이 있으면 나중에 다시 한 번 찾아오자는 생각으로 어플의 지도를 켜서 거리의 이름을 기억해두었다.
집을 계약하고 나오면서 걱정거리가 하나 사라졌다. 이대로 방을 구하지 못하면 게스트하우스가 끝나는대로 다른 도시로 떠날생각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 되어있었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 어떤 것을 하기 전에 여러가지 대안을 마련해둘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집은 얻어졌고 나는 무사히 런던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홀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에 스스로를 대견하다 생각했다.
대한민국 영사관에 들려야하는 일이 있었다. 영사관에서 사증을 받아 한국으로 보내야하는 것이 있어서 무조건 기간 안에 들려야했다. 집을 구하지 못했다면 소용없는 일이었지만. 혹시나 잘못될 수도 있는 일이라 런던에 도착하고 얼마되지 않아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도시 한복판에 있어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영사관 앞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었고 생각보다 작은 곳이었다.